본문 바로가기
고전의 재해석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한 영웅이 국가를 만드는 서사

by info-happyblog-2504 2025. 4. 27.

 

국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가는 하나의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과 비전, 그리고 희생을 통해 탄생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를 통해 로마 제국의 정체성과 건국 신화를 문학으로 풀어냈다. 그는 아이네아스라는 영웅을 통해 개인의 운명과 국가의 탄생을 연결하며, 국가는 단순한 정치 체계가 아니라 공동체적 정체성의 구현임을 보여주었다. 이 글에서는 『아이네이스』 속 국가 정체성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오늘날 국가와 개인이 맺는 관계를 다시 성찰해본다.

1. 『아이네이스』는 어떤 이야기인가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이네아스가 새로운 나라를 찾아 지중해를 방랑하고, 결국 이탈리아 땅에 도착해 로마의 시조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서사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아스를 통해 운명(fatum), 희생(sacrificium), 미래(visio)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한다. 아이네아스는 개인적 행복을 포기하고, 로마라는 미래의 공동체를 세우는 운명을 선택한다. 국가는 개인의 욕망을 넘어서는 희생과 헌신 속에서 만들어진다.

2. 국가 정체성의 핵심: 기억과 희생

『아이네이스』는 국가를 단순히 정치적 구성이 아니라, 공동의 기억과 집단적 희생을 통해 형성된다고 본다. 트로이의 멸망이라는 상처를 기억하는 것, 아이네아스가 사랑을 포기하고 사명을 선택하는 것, 전쟁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 이러한 서사는 국가의 정체성을 하나의 서사적 이야기로 구성한다. 국가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공유할 때 비로소 공동체가 될 수 있다.

3. 현대 사회와 국가 정체성

오늘날에도 국가는 단순한 행정 단위가 아니다. 국민들은 특정한 역사(독립, 혁명, 전쟁)를 공유하고, 같은 가치(자유, 평등, 정의 등)를 믿는다. 이러한 ‘공동의 이야기’가 없으면, 국가는 단순한 계약 공동체에 머무를 수 있다. 『아이네이스』는 국가를 정서적 공동체로 바라보게 한다. 국가는 개인의 욕망을 초월한 공동의 꿈과 기억 위에 세워진다.

4. 개인과 국가의 관계: 아이네아스가 남긴 질문

아이네아스는 사랑도, 안락한 삶도 버리고 사명을 택했다. 이는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존속을 우선시하는 고전적 가치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국가의 이익이 때로 충돌한다. 이럴 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나는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의 자유와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아이네이스』는 답을 주기보다는 이러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결론

『아이네이스』는 개인의 서사와 국가의 서사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국가는 단순히 법과 제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억, 희생, 비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국가를 움직인다. 베르길리우스는 2,000년 전에 이미 국가 정체성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오늘날 글로벌화와 개인주의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곧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한 영웅이 국가를 만드는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