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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

『홉스』와 인간 불신, 통제 사회의 시작 (리바이어던, 자연 상태, 권력의 정당성)

by info-happyblog-2504 2025. 7. 3.

『홉스』와 인간 불신, 통제 사회의 시작 (리바이어던, 자연 상태, 권력의 정당성)

토마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은 만인의 적이다”라고 말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강력한 권력을 통해서만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홉스의 자연 상태 이론과 통치권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감시와 통제, 권력 집중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합니다.

 

『홉스』와 인간 불신, 통제 사회의 시작 (리바이어던, 자연 상태, 권력의 정당성)

1.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이다?

홉스는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생존 본능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전쟁 상태이며, 만인은 만인의 적이다(bellum omnium contra omnes)”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신뢰할 수 없는 관계,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상태를 의미하며, 오늘날 경쟁과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홉스는 이처럼 인간의 본성을 자기 보존을 최우선시하는 불신적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강력한 외부 질서 없이는 공동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 사회계약은 자유의 포기에서 시작된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은 루소와는 정반대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절대권력자에게 양도함으로써 질서를 얻는다고 봤습니다.

즉, 자유의 포기 → 안전과 질서의 확보.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홉스에게 있어 권력은 다수가 동의한 ‘공포의 중심’이자, 평화를 유지하는 장치라는 것입니다. 그가 말한 리바이어던은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국가입니다.

오늘날도 우리는 신용 등급 시스템, CCTV 감시, GPS 위치 추적 등의 통제 장치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안정과 편의를 얻고 있습니다. 홉스의 이론은 바로 이런 자율적 통제 사회의 원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 통제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홉스는 절대 군주를 옹호한 철학자로 비판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권력은 독재 그 자체라기보다, 사회적 합의로 정당화된 통치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공포 없이는 질서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 기업, 알고리즘 등 다양한 ‘리바이어던’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해야 할 것은, 그 통제의 목적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권력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입니다.

홉스는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하면 무너진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무조건적인 권력 옹호가 아니라, 불신의 현실 속에서 어떤 정치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가를 묻는 냉철한 현실론이기도 합니다.

4. 불신에서 시작된 국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홉스는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만든 사회계약론은 결국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타협의 철학이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자유를 포기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되묻고 있습니다.

  • 이만큼의 통제가 정말 필요한가?
  • 우리는 지금도 계약을 맺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따르고 있는가?

홉스는 국가란 하나의 거대한 인간이며, 그 머리는 통치자, 몸은 시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몸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시 한 번 새로운 계약을 상상할 때일까요?

결론: 통제는 안전을 주지만, 인간을 잊게 만들 수도 있다

『리바이어던』은 권력을 옹호한 철학서이자,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철학적 실험실입니다.

홉스는 불신의 철학자였지만,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은 결국 평화와 질서 속의 인간다운 삶이었습니다.

그가 시작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 “우리는 왜 자유를 포기했는가?”
  • “그 자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