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20대의 자아 탐색 (베르테르, 자아정체성, 감정의 혼란)

괴테의 고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과 이상,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청년의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베르테르의 내면 세계를 통해 오늘날 20대가 겪는 정체성 혼란, 감정적 고립, 자아 탐색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1. 베르테르의 슬픔, 감정 과잉인가 존재의 질문인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8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괴테가 25세 때 발표한 젊은 날의 산물입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지만, 그 감정은 점점 사랑과 존재에 대한 극단적 집착으로 변해갑니다. 로테를 향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절대적 대상으로 승화됩니다.

베르테르의 내면은 끊임없는 충돌로 가득합니다. 이상과 현실, 감정과 이성, 자유와 제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결국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고립시키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감정에 휘둘린 비극적 청년”으로 보지만, 실제로 베르테르가 던진 질문은 보다 근본적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삶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가?”, “무엇이 진짜 나인가?”
이 질문들은 지금의 20대 청년들도 여전히 던지고 있는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본질적 물음입니다. 베르테르의 감정 과잉은 단지 유약함이 아니라, 자아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청춘의 본질적 불안일 수 있습니다.

 

2. 20대, 자유의 시작이자 혼란의 시대

오늘날의 20대는 ‘자유롭다’는 말을 듣지만, 실상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세대입니다. 고등학교와 대학이라는 제도적 틀을 벗어난 후, 사회적 책임과 자기 선택이 주어지면서 “이제부터 진짜 인생”이라는 선언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선언은 기대만큼 혼란과 압박도 동반합니다.

SNS, 유튜브, 인플루언서 문화는 수많은 삶의 방식과 성공의 기준을 보여주지만, 그 다양성은 오히려 비교와 불안을 키웁니다.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멋지게 살지 못할까?",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자기 검열과 자책은 베르테르가 느꼈던 ‘세상에 속하지 못함’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많은 청년들은 진짜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감정은 ‘비효율적’, ‘약함’, ‘비합리적’으로 여겨지고, 이성과 논리 중심의 사회는 감정을 억압하도록 만듭니다. 베르테르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고통받았듯, 오늘날의 청년들 또한 마음속 감정과 사회의 기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이러한 정서적 긴장은 때로는 우울, 불안,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자아 탐색 대신 자기 소멸의 충동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죽음을 선택한 배경에는 사랑의 좌절뿐만 아니라, 존재의 자리가 없는 세상에서의 무력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현대 청년들 또한 ‘사회적 고립’과 ‘정체성 상실’ 사이에서 동일한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 정체성 탐색은 실패의 연속 속에서 탄생한다

베르테르는 실패한 인물일까요? 그의 삶은 좌절로 끝났지만, 그의 질문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자기답게 살기 위한’ 길을 찾으려 했고, 그것이야말로 정체성 탐색의 핵심입니다.

20대는 실패와 혼란이 당연한 시기입니다. 진로가 흔들리고, 인간관계가 갈등하고, 감정이 폭주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돌아보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입니다.

베르테르가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기록했듯, 현대의 청년들에게도 자신을 기록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글쓰기, 상담, 대화, 커뮤니티 참여 등은 감정의 언어를 확장하고, 자아를 구성하는 소중한 도구입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시 쓰는 이야기입니다. 베르테르처럼 한 순간의 고통에 갇히기보다, 그 감정을 관찰하고 서술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치유이자 성장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베르테르는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단순한 비극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청춘이 겪는 정체성 혼란, 사랑에 대한 절망,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문학적으로 증언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20대의 현실은 여전히 그 서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베르테르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혼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아를 찾는 여정은 실패와 충돌을 동반하며,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은 단지 과거의 감성에 젖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갖기 위한 시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다시 쓰는 ‘자기서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