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이상이다.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신화적이고 고귀한 영웅을 그려냈다. 반면 오늘날의 대중문화 속 영웅들은 초능력을 지녔거나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두 시대 모두 영웅을 이야기하지만, 그 영웅이 지향하는 가치와 역할은 크게 다르다. 이 글에서는 호메로스가 묘사한 영웅상과, 오늘날 마블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에 등장하는 현대 영웅을 비교하며, 우리가 어떤 존재를 ‘진짜 영웅’이라 부르는지 그 의미를 되짚어본다.
1. 호메로스가 말한 고대 영웅의 특징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대표적인 영웅은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다. 이들은 뛰어난 무용과 용맹, 신에 가까운 육체적 능력뿐 아니라, 명예(티메), 불멸의 명성(클레오스)을 위해 싸운다. 고대의 영웅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자신의 영광과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싸운다. 즉, 영웅은 공동체를 초월한 개인적 위대함을 상징한다. 아킬레우스가 분노하고 전장에 나아가는 이유는 정의가 아니라 자신의 모욕을 씻고 영광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영웅상은 강함과 자존, 명예를 핵심 가치로 가진다.
2. 현대 대중문화의 영웅은 어떤가?
오늘날 우리는 슈퍼히어로 영화 속 영웅들에 익숙하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DC의 배트맨 등은 초능력과 기술력, 혹은 뛰어난 정의감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구한다. 이 영웅들은 공동체와 정의, 희생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예를 들어, 토니 스타크는 개인적 성공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현대 영웅은 ‘나’보다 ‘우리’를 위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감정적으로도 더 입체적이며, 내면의 갈등과 약점을 지닌다.
3. 무엇이 변했는가 – ‘영웅의 역할’
고대의 영웅은 위대한 존재였고, 현대의 영웅은 연결 가능한 존재다. 호메로스의 영웅은 감히 닮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현대 영웅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즉, 영웅은 점점 이상적인 인간에서 현실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영웅이 죽음을 초월해 명성을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개인의 존재보다, 공동체적 연대와 윤리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4. 우리는 왜 영웅을 계속 갈망할까?
영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상을 상징한다. 전쟁과 생존이 우선이던 고대 사회에서 영웅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의 상징이었고, 혼란과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영웅은 윤리적 나침반이자 감정적 지지를 주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우리가 영웅을 찾는 이유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세상을 대신 살아줄 누군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강함이, 현대에는 공감과 책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
호메로스가 만든 영웅은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오늘날 우리가 만든 영웅은 불완전하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다. 고대 영웅은 위대한 이름을 남기고자 했고, 현대 영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영웅을 바라보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희망, 감정적 위로, 이상적 세계—는 그대로다. 우리가 진짜 영웅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지닌 약함과 두려움을 함께 이겨낼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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