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인간이 시대를 초월해 던져온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를 통해 신과 인간, 자연과 감정, 존재의 경계가 무너지는 ‘변화의 서사’를 펼쳤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그 안에는 자아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하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나’를 만들어 살아간다. SNS 속 모습, 직장인의 태도, 가족 앞의 모습은 각각 다른 자아다. 이러한 시대에 『변신이야기』는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를 통찰할 수 있는 중요한 거울이 된다.
1. 『변신이야기』의 핵심은 ‘정체성의 유동성’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250개 이상의 신화와 전설을 시적으로 엮은 작품이다. 공통된 주제는 변화(metamorphosis)다. 인간이 신이 되거나, 동물이나 자연물로 변하고, 감정이 형태를 바꾸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대표적으로 다프네는 아폴론의 사랑을 피하다 월계수로 변신하고,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 꽃이 된다. 이런 서사 속에서 오비디우스는 자아란 고정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2. 현대 사회의 ‘변신’: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의 우리는 물리적 변화보다 정체성의 분열과 유동을 더 자주 경험한다. SNS 프로필 속 자신은 이상화된 이미지고, 회사에서의 나는 과장되거나 억눌린 모습이며,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본래의 자아를 만난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여러 정체성의 얼굴을 바꿔가며 살아간다. 이는 오비디우스가 묘사한 ‘변신’과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차이는 있다. 고대의 변신은 운명이나 신에 의해 부여된 것이었다면, 현대의 변신은 자발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3. 왜 우리는 스스로를 자꾸 바꾸게 되는가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더 나은 외모, 더 많은 성과, 더 바른 태도. 이러한 욕망은 정체성의 표면만을 강화시키고, 내면은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은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지만, 수많은 역할과 기대 사이에서 점점 더 자기를 잃는다. 이때 『변신이야기』는 말해준다.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의 본질을 지킬 수 있다면, 그 변신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다.”
4. 어떻게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오비디우스는 변신이 항상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는 영원한 상징이 되었고, 나르키소스의 자기애는 오히려 인간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우리는 마찬가지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나만의 중심—가치, 신념, 감정의 진실성—을 붙잡을 수 있다. 그것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출발점이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여전히 내 몫이다.
결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그는 2,000년 전에 이미 오늘날 인간이 겪는 정체성의 유동성과 혼란을 시로 노래했다. 현대인은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는 질문—“나는 누구인가”를 놓지 말아야 한다. 변신은 무너짐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우리가 겪는 정체성 위기는 어쩌면, 더 진짜 ‘나’를 향해 가는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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