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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

자본주의 비판한 고전, 지금 창업자에게도 유효할까?

by info-happyblog-2504 2025. 5. 1.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은 조선 후기의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자본의 속성을 풍자적으로 조명한 고전문학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고전 속 자본주의 비판이 어떻게 현대 창업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며,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적용 가능한 교훈을 도출합니다.

 

자본주의 비판한 고전, 지금 창업자에게도 유효할까?

 

 

허생전이 그리는 자본주의의 본질

『허생전』의 중심 인물인 허생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선비입니다. 그가 어느 날 상인에게 돈을 빌려 장사에 뛰어들고 큰 부를 쌓는 과정은, 단순히 부자 되기를 원하는 욕망의 실현으로 읽히기보다는 당시 사회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물건의 희소성과 수요에 기반하여 부를 창출하는 방식은 현대 자본주의와 매우 유사합니다.

허생은 이익을 남기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사람을 살리는 방식’으로 자본을 운용합니다. 그는 과일이 남아도는 섬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들여 도시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기보다, 구조적 문제를 짚고 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윤리적 자본주의’ 또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과도 통합니다.

오늘날 스타트업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 다수가 ‘사회 문제 해결형’입니다. 허생처럼 자본을 단순한 이윤 수단이 아닌, 구조를 바꾸는 도구로 본다면, 이는 창업 초기부터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창업 문화의 방향성과 교차점

오늘날의 창업 문화는 속도, 혁신, 자본 유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초기 투자자 확보, 빠른 성장, 시장 선점 등의 요소가 성공의 열쇠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는 ‘가치 중심’ 혹은 ‘윤리 중심’ 창업이라는 키워드가 종종 간과되곤 합니다.

이 점에서 허생전은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허생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장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행동은 사회 구조와 시장 논리에 대한 비판이자 대안의 실험이었습니다. 현대 창업자들이 이와 같은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사회적 신뢰도 함께 쌓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나 ‘ESG 경영’이 강조되는 것처럼, 자본이 단순히 이익이 아닌, 공공적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 작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허생전은 이런 사상의 시초라고 볼 수 있으며,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창업자들에게 고전이 전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의 시선에서 본 창업가의 윤리

허생전에서 허생은 마지막에 나라의 병폐를 해결하겠다는 제안까지 하며 왕을 설득하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조롱당합니다. 이 장면은 개혁적 마인드를 가진 개인이 체제에 부딪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의 창업 환경과도 닮아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체제나 기존 법제도와 충돌할 때, 제도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또는 창업자는 체제 변화까지 감안하고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이 허생전과 오늘날 창업자의 위치를 연결해줍니다.

또한 허생은 부를 얻은 뒤 물러나며, 부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왜 창업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합니다. 부의 추구를 넘어, 개인적 비전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될 때, 진정한 ‘창업가 정신’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허생전』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자본의 본질, 윤리적 경영, 구조적 문제의 해결 등 오늘날 창업가가 마주한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전이 주는 통찰은 오늘날 창업 문화에 있어 방향키가 되어줄 수 있으며, 이윤을 넘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전을 낡은 책이 아닌, 생생한 전략서로 읽는 태도. 그것이 지금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