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 경쟁사회 속 공감 능력 (측은지심, 인간 본성, 이기심의 시대)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믿었던 고전입니다. 맹자는 사람 안에 타인을 향한 자발적인 공감과 정의감이 있다고 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뎌지고,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이기적인 내가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이 글에서는 『맹자』의 핵심 개념인 ‘측은지심’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가고 있는 공감 능력을 되짚어 봅니다.
1. 맹자가 믿은 인간의 본성, ‘측은지심’
맹자는 “사람에게는 남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즉 측은지심이 본래부터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질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구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이야기죠. 이 말은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고통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믿음에 기반합니다. 맹자는 정치도, 교육도, 인간관계도 결국 이 자연스러운 공감의 감각 위에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런 감각을 너무 자주 '비효율적'이거나 '감성적'이라며 배제하고 있습니다. '성과', '실적', '승리'가 중심이 된 사회 속에서, 공감은 오히려 약점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2. 경쟁 속에서 무뎌지는 감정
현대 사회는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을 통제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를 요구합니다. 감정을 앞세우면 ‘프로답지 못하다’, ‘냉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실패에 안도하고, 누군가의 불행을 ‘내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고 여깁니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이익이 되는 구조 속에서, 공감은 점점 사라지고, ‘사람’이 아닌 ‘상대’로만 보는 시선이 커집니다. 심지어 타인의 불행을 소비하거나 즐기는 콘텐츠들도 많아졌습니다. 맹자가 말했던 ‘측은지심’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는 더 똑똑해졌지만, 더 따뜻하지는 않아졌는지도 모릅니다.
3. 무뎌진 공감, 그 사회적 비용
공감이 없는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돌아가지만, 안에서는 점점 균열이 커집니다. 회사에서는 팀워크보다 실적 경쟁이 우선되고, 학교에서는 협동보다 성적 경쟁이 중요해지고, 가정에서도 타인의 감정보다는 결과만 요구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도, 타인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죠. 우울과 불안, 자기비난은 이런 곳에서 자라납니다. 맹자가 강조했던 공감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 연결된 능력입니다. 공감은 약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회복력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4. 공감을 회복하는 작은 연습
맹자는 사람에게 본래 공감이 있으나, 그것을 기르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현대인에게도 공감은 훈련이 필요한 감각입니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판단 없이 공감해주기, ‘괜찮아?’라고 먼저 묻기 같은 작은 행동이 공감을 되살리는 연습이 됩니다.
자기계발도 좋지만, 때로는 ‘타인계발’도 필요합니다. 내 주변 사람의 감정과 존재를 좀 더 민감하게 인식할 때, 우리는 더 덜 외롭고, 덜 날카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은 선한 이상이 아니라,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실천입니다.
결론: 공감은 선택이 아니라 회복해야 할 본성
맹자는 인간이 본래 선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함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경쟁과 비교가 일상화된 오늘, 우리 안의 공감 능력은 무뎌졌고, 우리는 점점 더 효율적이지만,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습니다.
공감은 약하지 않습니다. 공감은 우리가 다시 인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회복해야 할 감각입니다. 맹자의 ‘측은지심’은 고전 속 윤리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내밀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손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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