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와 귀향 본능의 현대적 재해석 (회귀 본능, 정체성 회복, 집의 의미)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귀향 여정을 담은 서사시입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괴물과 유혹, 망각을 이겨냅니다. 이 글에서는 ‘귀향’을 단순한 장소의 복귀가 아닌, 정체성과 의미를 회복하려는 현대인의 내적 여정으로 재해석합니다.
1.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닙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곧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집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게 해주는 장소, 혹은 그리움과 정체성의 근원 같은 개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리적인 집에 머무르고 있어도, 마음속 ‘집’—안정감, 정체성, 소속감—에서 멀어진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내가 나인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을 느낍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 본능은, 오늘날 바쁜 도시와 관계 속에서 자꾸만 잃어버린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2. 세상에 머물수록,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사람들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유혹과 위험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합니다. 칼립소의 섬에선 영원한 젊음을 약속받았고,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그를 길에서 이탈하게 만들 뻔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타카를 향합니다.
현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 성공, 외부의 인정, 화려한 이미지는 우리를 매혹시키지만, 동시에 점점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서 멀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직장, 인간관계, 성과 중심의 삶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지고,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말합니다. “돌아가고 싶다. 진짜 나에게로.”
3. 귀향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단지 옛날로 돌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그는 전쟁을 겪었고, 배신과 유혹, 죽음의 위기를 넘었습니다. 그가 돌아간 이타카는 예전 그대로였지만, 그 자신은 이미 변화된 자아로 돌아온 것입니다.
현대인에게도 귀향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경험을 끌어안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기 자리로 서는 것입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 관계를 재정비하는 사람, 삶의 속도를 줄이는 사람들 모두 어쩌면 삶의 방향을 되찾고 싶은 귀향자일지 모릅니다. 귀향은 후퇴가 아니라, 회복의 서사입니다.
4. 현대인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오디세이아가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인간에게 보편적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집’은 꼭 물리적 공간이 아닙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공간, 판단받지 않아도 되는 관계, 또는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바로 집이 될 수 있습니다.
SNS나 직장에서의 ‘역할로서의 나’가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 있어도 괜찮은 곳, 그곳을 우리는 찾고 있고, 갈망하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처럼 멀리 떠났다가도, 결국은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바로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결론: 귀향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
『오디세이아』는 결국 말합니다. 아무리 길고 험한 여정일지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현대인의 귀향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용기, 그 여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오늘의 오디세우스일지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그 끝에는 당신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 ‘당신의 이타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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