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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은 순종녀가 아니다 – 고전에서 찾은 주체적 여성상 – 고전 속 여성 캐릭터를 다시 보다“요즘 세상에 춘향이가 살아 있다면,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1. “기다리는 여자”라는 편견춘향전은 오랜 세월 ‘사랑의 아이콘’이자 ‘정절녀’로 찬양되어 왔다. 수많은 판소리와 드라마, 영화는 춘향을 이몽룡만을 기다리는 충실한 여성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관점은 21세기의 기준으로 보자면 다소 수동적이고 고정된 이미지다. 그녀는 과연 정말 ‘기다리는’ 여자였을까? 아니면 시대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능동적인 선택의 주체였던 건 아닐까?2. 변학도 앞에서도 꺾이지 않은 이유춘향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것도 양반 권력이 전부였던 조선 시대에 살아가는 기생의 딸이었다. 신분도 약했고, 법도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또인 변학도의.. 2025. 4. 14.
구운몽의 꿈과 현실 – 메타버스 시대의 해석 1. 꿈에서 깨어났을 때, 진짜 나를 만나다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은 어릴 때는 어렵고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놀라울 만큼 철학적인 소설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꿈’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팔선녀와의 삶, 영광과 부귀,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결말은 허무하기보다는 굉장히 현대적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도 ‘현실 같은 가상 세계’를 매일같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아바타가 되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소셜미디어의 또 다른 내가 되어 살아간다. 「구운몽」은 그런 우리에게 “그게 진짜 너야?” 하고 조용히 물어본다.   2. 메타버스는 새로운 꿈인가, 현실의 탈출인가 2025년 현재, ‘메타버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 2025. 4. 13.
「홍길동전」 속 ‘합리적 복수’는 지금도 통할까? 1. 복수의 고전, 그러나 유혈이 아닌 정의였다우리는 보통 '복수'라는 단어에 피와 칼, 감정의 격랑을 떠올린다. 하지만 허균의 「홍길동전」 속 복수는 조금 다르다. 홍길동은 서자로 태어나 차별을 받지만, 단순히 분노로 사적 보복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이성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단적인 정의 실현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한다. 그가 활빈당을 이끌며 탐관오리를 벌하고 백성을 돕는 모습은 ‘복수’의 폭력성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의 한 형태로 읽힌다.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이 '합리적 복수'라는 키워드는 다시금 의미 있게 다가온다.  2. 감정보다 체계, 분노보다 메시지내가 「홍길동전」을 처음 다시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의 냉정함이었다. 홍길동은 불합리한 현실에 분노하지만, 그 분.. 2025. 4. 13.